사랑하는 남자와의 사랑을 위해 하마터면 고려의 최대 성군을 죽일뻔한 여인인 천추태후 이야기
너무 일찍 남편을 여의다
천추태후는 고려를 건국한 왕건의 손녀이다. 고려 왕실의 결혼 제도는 근친혼을 풍습으로 하였다. 이런 근친혼은 왕권의 강화를 목적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시행하기도 했던, 그 당시에는 자주 볼 수 있었던 제도였다. 그녀는 이런 근친혼 제도 때문에 사촌오빠인 경종과 결혼하게 된다.
그런데 그녀의 여동생도 사촌오빠인 경종과 또 결혼하게 돼서 현정 왕후가 된다. 자매가 한 명의 왕과 결혼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녀는 경종과 결혼을 하고 얼마 후 아들을 낳게 되었다. 경종은 왕위를 이을 아들의 탄생을 무척 기뻐 허였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였고, 경종은 아들이 태어나고 얼마 후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녀의 아들이 너무 어렸기에, 다음 고려의 6대 왕은 그녀의 친오빠인 성종이 되었다.
아들이 고려의 왕이 되다
다행히 성종에겐 아들이 없어서, 그는 일찌감치 그녀의 아들을 다음 왕으로 생각하고 매우 아꼈다고 한다. 그 당시 성종은 유교에 매우 심취해 있었는데, 불행하게도 한창 어린 나이에 남편을 잃은 두 자매에게도 순결을 강요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린 나이였던 두 자매는 오빠의 바람과는 다르게 행동한다.
먼저 천추태후는 김치양이란 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성종은 김치양을 유배를 보내게 된다. 그리고 현정 왕후도 아버지의 형제인 왕욱이란 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왕욱의 아이까지 임심을 하게 된 형정 왕후는 아이를 낳다가 그만 사망하고 말았다. 현정 왕후가 이때 낳은 아이가 대량원군이고, 훗날 고려의 8대 왕 현종이 된다.
천추태후가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게 되어 슬픔에 빠져 살아가고 있을 때, 성종이 병에 걸려 죽는다. 마침내 그녀의 아들이 고려의 7대 왕이 되었고, 그가 바로 비운의 왕인 목종인 것이다. 그의 나이 18세로 장성하였지만, 그녀는 그를 대신해 권력을 잡고 만다. 그리고 자신이 머무는 곳의 이름이 천추전이기 때문에, 자신을 천추태후라고 부르라 명하였다고 한다.
모든 것을 빼앗아간 북쪽 지역의 장수
천추태후는 권력을 잡고 나서 그녀의 연인인 김치양을 다시 복귀시켰다. 김치양은 복귀하자마자 그야말로 파격적인 승진을 한다. 그는 재정권, 인사권을 담당하는 자리로 승진하여 막강한 권력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의 고향에도 각종 혜택을 주는 정책이 실행되게 된다. 고려에서 두 연인이 못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 둘을 항상 불안해하면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목종인 것이다. 목종은 어머니가 곧 자신도 내쫓을 것 같았다. 실제로 그녀는 김치양과 낳은 아이를 다음 왕으로 세우기 위해, 대량원군을 죽이려고 여러 차례 시도하였었다. 목종은 지나친 불안감 때문인지 이상행동도 보이는데, 유행간이라는 남자와 동성애를 시작하게 된다.
유약한 그가 누구라도 자신을 보호해줄 사람을 찾은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목종의 총애를 받은 유행간은 정사를 어지럽히지만, 천추태후는 아들의 동성애를 지켜보기만 한다. 그가 계속 동성애를 하면 아들이 생기지 않을 테고, 그래야 자신과 김치양의 아들이 다음 왕위를 물려받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결국 그녀는 어리석은 욕심들로 인해 파멸을 맡게 된다.
계속 목종은 자신을 보호해줄 사람이 필요했고, 북쪽 지역에서 군대를 지휘하고 있는 강조라는 인물을 조정에 불러들이라 명한다. 목종은 이때까지만 해도 전혀 몰랐을 것이다. 강조의 복귀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를 말이다. 강조는 군대를 이끌고 수도인 개경으로 와서 목종을 폐위시키고, 유행간 및 김치양과 여러 일당들을 죽여버리고 만다.
그리고 김치양과 천추태후 사이의 아들도 죽인다. 목종에 뒤를 이어서 대량원군이 왕위를 어이 받으니, 고려의 전성기를 이끈 위대한 왕인 현종이 즉위하는 순간이었다. 천추태후가 그렇게 죽이려고 했던 대량원군이 그녀의 욕심에서 비롯된 '강조의 변'이라는 사건으로 인해 왕이 되고만 것이었다.
천추태후의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연인과 어린 아들을 잃고, 목종만이 유일하게 남아있었다. 하지만 목종도 강조가 보낸 자객에 의해 암살당하고 만다. 한때, 사랑과 권력, 모두를 차지했던 여인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게 된 것이었다. 그래도 그녀는 이후로도 20년 이상을 살다가 66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한다. 모든 것을 잃은 후의 20년 동안의 삶이 그녀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문득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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