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즈칸. 위대한 정복자인가, 잔인한 학살자인가

칭기즈칸

칭기즈칸의 등장

아무도 몽골 초원의 부족들 따위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국경을 닫고 있던 금나라에게도 그저 척박한 땅에 살고 있는 미개한 유목 민족들 일 뿐이었다. 그런 몽골 부족들이 어느 한 남자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이내 그 많았던 부족들이 모두 통합되어 제국이 되기 시작했다. 몽골인들은 많은 부족들을 통합한 영웅을 몽골의 칸으로 추대했다.

 

그리고 곧이어 충성의 맹세로 "칭기즈"란 칭호를 지어서 영웅에게 바친다. 동쪽으로는 한반도부터 서쪽으로는 중앙아시아를 넘어 동유럽까지, 전 세계 역사에서 가장 큰 영토를 가졌던 원제국을 건국한 칭기즈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처절한 정복 전쟁의 시작

몽골 부족의 통합을 이룩하여 통일 국가의 모습을 갖추고 국력을 성장시킨 칭기즈칸은 마침내 정복 전쟁을 벌이게 된다. 그 첫 희생양은 "서하" 였다. "서하"의 군대는 몽골군의 우수한 기동력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였다. 처절한 저항 끝에 "서하"의 7대 황제 양종이 칭기즈칸에게 항복을 선언하고 말았다.

 

몽골군은 기세를 몰아 금나라를 공격, 반란으로 인해 국내 사정이 혼란스러웠던 금나라 세력을 상대로 큰 승리를 거둔다. 금나라는 이 전쟁으로 인해 세력이 크게 약화되었고, 마침내는 칭기즈칸의 아들들에 의해 1234년 멸망하고 만다. 이후, "서요"를 어렵지 않게 정복하고, 그 당시 중앙아시아의 강자였던 호라즘 지역까지 쳐들아간다.

 

처음엔 호라즘 지역을 정복할 계획이 없었던 칭기즈칸이었지만, 호라즘 제국이 몽골군의 전력을 잘못 판단하는 실수를 범하고 만다. 칭기즈칸의 사신들을 처형해버린 일을 시작으로 몽골과 호라즘 제국 간의 전쟁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호라즘 제국 영토는 몽골군의 말발굽에 짓밟히고 만다.

 

이런 정복 전쟁에서 패배한 정복지에서는 무참한 대학살이 펼쳐졌다. 도시들은 불태워지고 폐허가 되며, 살아있는 것은 사람, 가축 할 것 없이 몰살시켜 버렸다. 특히 침략 시 저항이 심했던 도시들은 더욱 무참히 살육당했다. 몽골군이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학살을 하였던 이유는 다른 침략한 곳에서 항복을 쉽게 받아내기 위한 공포 심리전이었다.

 

실제로 쉽게 항복한 도시들에서는 몽골군의 살육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전쟁을 하고 있는 만큼 정복지에서의 반란은 몽골군에게 크게 위협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반란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무자비한 학살을 했을 것이다.

 

그럼 칭기즈칸은 왜 이렇게까지 많은 지역을 정복해야 했을까? 그의 전쟁의 목적은 처음에는 정복이 목적이 아니었다. 척박한 몽골 초원에서는 물자가 항상 부족하기 마련이었다. 교역을 하기 위한 그들의 부탁을 상대방 국가가 받아들이지 않자 정복하여 빼앗는 게 되었던 것이다. 정복하여 지배하고자 하였으면 위에서 언급한 대로 그 많은 정복지를 폐허로 만들어 놓을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칭기즈칸은 여러 부족을 통일하고 칸이 된 인물이었다. 피지배 부족인들의 불만을 나라 밖으로 돌리기 위해서라도 정복 전쟁은 꼭 필요했을 것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 열도를 통일하고 패배한 세력들의 불만을 없애기 위해, 임진왜란을 일으켜 조선과 전쟁을 벌인 것과 같은 이유였을 것이다.

 

칭기즈칸은 정복자? 학살자?

칭기즈칸처럼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평가를 받는 인물도 드물 것이다. 세계사에 유례가 없을 정도의 넓은 지역을 다스린 그의 제국이었으니  많은 지역의 사람들에게 평가를 받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그는 정복지에서의 학살로만 보면 독일 나치의 히틀러 같은 잔인무도한 학살자이다. 하지만 그의 제국이 다스린 영토를 통해 동양과 서양 문화 교류가 급속히 이루어졌고, 유럽인들에게 아시아란 대륙을 크게 각인시킨다. 이는 유럽인들의 세계관을 크게 확장시켜 추후, 대항해시대의 모함가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죽은 후에도 칭기즈칸 제국의 계속된 정복전쟁으로 인하여 중국 지역의 토착병이 유럽에 퍼져, 인류 역사의 큰 전환점이 되는 흑사병(페스트) 사태가 발생했다.

이렇듯 칭기즈칸은 단순히 정복자인가 학살자인가라는 평가 이전에, 인류 역사에 막대한 영향을 준 희대의 인물이었음은 확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