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
정도전

이상론자와 군부 세력자와의 만남

삼봉 정도전은 1342년 경북 영주에서 출생을 한다. 어린 시절 그는 훗날 고려의 최고 재상이 되는 정몽주와 같이 이색의 학당에서 학문을 배웠다. 그 시절 그들은 부패한 고려를 성리학의 이념으로 개혁하고자 의기투합하였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총명하고 학문을 좋아했던 그는 1362년 과거시험에 합격하여 관직을 받았지만, 몇 년 뒤에 부패한 정치 세력들에 환멸을 느껴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비슷한 시기 관직을 받아 관료 생활을 이어가며 승승장구하던 정몽주와는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이후, 관직에 복귀하였지만 강직한 그는 기존 부패한 관료들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토지개혁 문제를 거론해서 당시 권력자들에게 미움을 사더니, 급기야 원나라와는 외교를 해서는 안된다며 원나라 사신 영접의 명령을 거부하였다.

 

결국 그는 관직을 박탈당하고 유배를 가게 된다. 이 유배생활은 이후 그의 삶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시기였는데, 이 시기에 그는 고려라는 나라로 정치 개혁을 이루기엔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짓고, 새로운 나라의 건국에 대한 자신만의 청사진을 그려가게 되었다.

이후, 유배가 풀려도 관직에 복귀할 수 없었던 정도전은 1388년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바로 동북 지역의 군대 최고 지휘관이었던 이성계와의 만남이었다. 이성계가 바로 자신이 찾던 주인임을 확신한 그는 이성계와 
의기투합하였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로 서로 다짐하게 된다.

 

그런데 이성계와 정도전의 만남을 주선한 사람이 바로 정몽주였다. 정몽주는 기존 권력자들에게 미움을 받아 관직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친구가 안타까워다. 그래서 새로운 세력으로 급부상 중인 이성계를 소개해줬던 것이었다. 하지만 정몽주는 알지 못하였다. 친구의 머릿속에 새로운 나라의 건국이라는 계획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이 성공하자 정도전은 마침내 정권의 핵심 인사로 화려하게 관직에 복귀한다. 정권을 잡은 이성계 세력의 우두머리가 돼서 각종 급진적인 개혁을 실시했다. 특히 토지개혁은 기존 세력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는데, 이 와중에 스승인 이색과 친구인 정몽주와의 사이가 멀어진다.

 

정몽주는 정도전을 비롯한 혁명세력들이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아채고 필사적으로 막아내려고 하였다. 이 과정에서 정도전과 그의 세력들을 귀양까지 보내면서 혁명세력들을 막아내는 것에 성공하는 듯 했으나, 이방원에게 살해당함으로써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제 더 이상 이성계 세력을 막아설 사람은 없었다. 마침내 정도전의 계획대로 그의 주군인 이성계가 새로운 나라 조선을 건국하였다.

 

이방원에 의해 물거품이 되다

조선 건국 후, 정도전은 군왕인 이성계의 최측근이 되어, 자신의 이상적인 국가를 만들기 위한 계획을 실천해 나간다. 하지만 세자의 자리를 이성계의 둘째 부인의 아들인 이방석으로 정하면서, 이방원과 첨예하게 대립하게 된다. 그가 세자 자리에 이방석을 택한 이유는 자신의 계획에 방해가 되지 않을 왕자를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마침내 이방원이 왕자의 난을 일으키고 그는 이방원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한 발자국만 더 나아가면 목표를 이룰 수 있었지만 실패하고 만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어린 시절에 성리학 이념에 따른 좋은 세상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한 두 친구인 정몽주와 정도전은 모두 이방원에 의해서 살해당한 것이었다.

정도전은 권력이 왕에 집중되지 않고, 정치는 훌륭한 재상이 관료들을 이끌면서 수행해 나가는 정치 제도를 꿈꾸었다. 하지만 오늘날도 그렇듯이 어떤 제도를 도입하려면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평생 왕의 일인 중심 사회에서 살아왔고, 나라밖에 참고할 만한 국가는 중국의 황제 절대권력인 국가밖에 없던 구성원들에게, 정도전이 말하는 국가의 모습은 받아 들 일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가 조금만 더 현명한 학자였으면 시대적 한계를 깨닫고, 자신의 이상을 학문으로 가르치고 제자들을 양성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의 사상을 계몽하는 노력이 선행됐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비록 자신의 시대에서 자신의 이상을 이룰 수 없을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이상적이고 현실성 없는 제도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있는 것을 보면 사람의 욕심과 욕망은 변하지 않고, 그래서 역사는 반복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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